‘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지난 7월 13일자로 새롭게 취임한 류영진 제4대 식약처장이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고 있다. 취임 후 한달여만에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있다.

식약처 업무는 크게 식품과 의약품으로 나눠져 겉으론 간단하게 보이지만 실로 영역이 광범위해서 언제 어디에서 어떤 품목이 문젯거리로 불거질지 몰라 처장을 비롯해서 식약처 전직원들은 항상 긴장하고 있는 게 일상이다.

특히 식약처는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식품과 의료제품의 안전관리를 맡고 있는 기관인 만큼 만약 문제가 터진 다면 엄청난 파장과 후폭풍이 몰아닥친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가 발생하자 국민들의 우려와 관심이 큰 만큼 국회 상임위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식약처장을 출석시켜 질의하고 추궁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 상임위 업무보고 중 식약처장이 답변하는 과정에서 말실수를 하는 등 여러 가지 불상사가 터져 나와 당사자인 처장은 물론이거니와 식약처 직원들도 자존심에 금이 가는 등 마음고생이 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식약처장 답변 도중에 처장 뒤에 배석했던 식약처 직원들이 기립해서 ‘벌’을 섰던 일에 대해선 직원들 사이에 모멸감을 느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과연 국민들도 이 장면을 수긍했겠느냐는 소리도 나왔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식약처장에 대한 질의과정이 과도하게 질책성으로 흐르거나, 윽박지르는 상황이 자주 연출돼 더욱 처장이 위축되면서 공개석상에서 답변하는데 애를 먹거나, 본인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답변이 튀면서 말꼬투리를 잡혀 휘둘리는 모습이 터져 나와 안타까움마저 들게 하는 인상이었다.

사실 식약처만큼 일상생활에서 국민과 밀접하게 관계되는 기관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류영진 처장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항상 지근거리에 있는 만큼 식약처는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마음을 읽어야만 하고,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만 식약처가 가야할 길이 열릴 수 있다. 그리고 국민이 편안하고 안심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식약처가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런 식약처장의 위민(爲民) 포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것이 올바른 수순일 것 같다. 질책보다는 칭찬을, 다급한 책임 추궁보다는 여유있는 소임 완수의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행여 식약처장이 정당 사이에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는 정쟁의 희생양이 되거나 섣부른 속단으로 청사진을 펼쳐보지도 못하게 될까하는 우려감도 떨쳐 버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은 보다 나은 식의약 안전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식약처장의 초심이 온전하게 실현될 수 있도록 애정 어린 성원과 흔들리지 않는 신뢰감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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